HIghbury

코시엘니에 대한 글

gandus 2010. 9. 22. 20:27

잠깐 글을 쓰기전에 두가지 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벵거가 오프시즌내내 인터뷰에서 수비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 우리는 41실점을 했고 이런 실점을 하고 우승할 수는 없습니다.

그점을 벵거는 반복적으로 얘기하며 수비진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죠.

벵거는 인터뷰에서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걸로 유명하지만

인용기사가 아닌 직접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얘기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편이죠.

실제 08-09 시즌이 끝난후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얘기했던건

맨유나 첼시와의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타이틀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3점을 얻는게

중요하다고 했죠.

그리고 지난 시즌 우리가 맨유나 첼시와의 상대전적에도 안좋았음에도

끝까지 레이스에 남아있을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중하위권 팀들에 대한 승리 덕분이었습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수비안정화.

그동안의 벵거의 행보대로라면 어떤식으로든 수비에서 답을 가져올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두번째는 코시엘니에 관한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벵거는 자신이 원하는 딜을 하는 스타일이죠.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판을 깨고 패를 버립니다.

이게 무서운게 상대가 벵거에게 끌려가게 하는 힘이 있죠.

동시에 여러팀이 달려들지 않는한 구매자의 힘이 최대화되는 순간이고요.

그런데 코시엘니에게는 자신의 원칙을 어겼죠.

3번에 걸친 비드액 상향......

더구나 최초 비드액에 비해서는 몇배나 올라간 최종비드액.

벵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건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벵거가 이렇게까지 상대에 끌려가면서 원하는 조건을 다 수용해준 케이스는

지금껏 없었죠.

이것은 당시 미계약 상태였던 갈라스를 완전히 계약선상에서 배제함과 동시에

강력한 대체자를 낙점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

만화책 같은 3부리그 - 2부리그 - 리그앙 -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이라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극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이고요.


리버풀, 블랙번, 볼튼, 브라가, 선더랜드, 토튼햄.

아직 몇경기 치루지 않았고 그중에서는 실수로 실점한 경기 또한 있었지만

어느새 코시엘니는 많은 아스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코시엘니는 어떤게 특별할까요?

왜 이처럼 단시일내에 아스날의 수비진을 달라지게 했을까요?

전 그것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하려 합니다.


1. 강력한 공중방어능력.

언제나 제공권은 아스날 수비진의 숙제이자 딜레마였습니다.

라인을 앞으로 올려서 압박하는 아스날의 수비진의 특성상

센터백은 언제나 빨라야 했고 대체로 빠른 선수들은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스날에 있어서 공중볼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죠.

코시엘니는 현재 EPL 센터백중에서 공중볼에 있어서만큼은

한손가락 안에 들고도 남을거 같네요.

제가 볼튼전이 끝난후에 코시엘니가 비판받는 와중에

케빈 데이비스 - 엘만더 투톱이라면 리그에서도 공중볼로만큼은

최고로 꼽히는 투톱인데 과연 실점장면을 제외하고 그 둘이 얼마나

머리에 볼을 맞췄는지를 주목해달라고 글을 썼는데요....

이 경기에서 지겹도록 볼튼이 공중볼을 날려댔음에도

대부분의 볼들은 코시엘니의 머리에 맞고 흘러나갔죠.

이것은 코시엘니의 제공권이 리그 어느팀에든 통할 수 있는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케빈 데이비스 - 엘만더면 단지 떡대만 큰 게 아니라

팔꿈치도 장난아니고 각종 비비기 스킬에는 타고난 선수들인데

코시엘니는 충분히 버텨냈을뿐만 아니라 볼을 자기 머리에 맞췄습니다.

베르마엘렌이 작은키에도 괜찮은 공중볼 모습을 보였던게

낙하의 타이밍을 잘잡고 돌고래처럼 솟구치는 점프력을 보였다면

코시엘니는 그냥 공중볼의 낙하지점 자체를 먼저 선점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보다보면 묘한 장면을 많이 보실거에요.

코시엘니가 자리잡고 있는데 상대 공격수가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헤딩경합하는것을요....

코시엘니가 뛰어난 점프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베르마엘렌)보다 상대적으로 큰 신장...그리고 무엇보다

낙하지점 자체에 먼저 자리하고 있기에 경합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인다고 보여집니다.


2. 타이트한 방어

굉장히 재밌는게 코시엘니는 최후방에 있을때와는 달리

약간 전진해서 있는 위치에서는 상당히 타이트한 마크를 즐겨합니다.

어차피 미드필더가 됐든 수비수가 됐든 최전방의 공격수에게

볼을 전개할려고 할텐데 그럴때 코시엘니는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이건 한국 지도자들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볼은 놓쳐도 사람은 놓치지 마라.....ㅋ

하이버리 분들이라면 코시엘니의 미친듯한 균형본능 알고계시죠?

그런데 주목할 것이 그 균형본능은 항상 우리팀에 먼저 플러스를 가져온후에

하나 자기가 준다는 점입니다. 즉,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균형본능이라는것이죠.

수비할때 코시엘니의 모습을 보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일단 공격수 하나는 죽이고 같이 죽겠다...이런 느낌 받을때가 있습니다.

지난번 토레스 경합때도 그렇고 케빈 데이비스도 그렇고...

볼을 미리 예측해서 커팅하는게 그의 특징이지만

반대로 볼이 흐르면 사람이라도 잡고 늘어지는거죠.

그러다보니 코시엘니가 뒤에서 수비할때는 굉장히 타이트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타이트하게 마크하면서 이쪽으로 볼이 올거를 기다리기 때문에
그처럼 커팅을 자꾸 해낼수 있는거구요.


3. 전체 상황을 체크하는 수비수.

사실은 진짜 좋은 선수라면 3번째 항목이 덕목이죠.

코시엘니가 맨투맨 마크에 능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정도에 머무른다면

결코 좋은 수비수는 될 수 없습니다. 추세는 존 디펜스이고

전체 상황을 읽지 못한다면 컷인등에 속수무책일테니까요.

다시 리버풀과의 경기를 리플레이해본다면

전반에 우리가 위기 장면이 있었을때 코시엘니의 위치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바노비치 돌파를 막으며 뒤로 물러나면서도 왼쪽으로 침투하는 선수를

막기 위해 살짝 움직이다가 다시 그게 수비진 합류로 안정되자

또다른 선수를 체크하며 포지션을 이동합니다.

갈라스, 뚜레, 베르마엘렌....

다 좋은 선수지만 문제는 다 볼과 특정한 상황만 집착하는 파이터였단거죠.

오늘도 주루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늘 주루처럼 볼만 따라가다가 상대가 볼을 접고 나와버리니까

센터백이 미끄러지는 장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도 아니고...

센터백이 이리 쉽게 접혀져서는 안됩니다.

차라리 못막아도 자리라도 잡고 있는게 공격수에겐 더 큰 위협이니까요.

갈라스와 뚜레도 역습상황에서 볼이 오면 그거 처리에 급급했죠.

아스날 수비진에 리더가 없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부분입니다.

급박하게 역습받고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니 일견 이해도 되지만

분명 리더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들어오는 선수도 체크해주고

옆의 상황도 봐주길 원하니까요.

그리고 실축을 해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웬만한 상황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대충 이런 상황이면 다음 플레이는 뭐일것이고 어느쪽으로 볼이 올거다...

이런거는 예상 자체는 되죠. 이런걸 잘 집어내는 선수가 공격이든 수비든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축구지능이 있는 선수고요...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여러차례 코시엘니가 주목할 모습을 보여준건

모두가 볼과 선수를 따라가기 급급할때

코시엘니만 따라가면서도 침투하는 선수를 확인해준다는 것입니다.

베르마엘렌에게 항상 느꼈던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프로선수에게 시선이 간다는건 아주 중요한게

웬만한 거리는 프로 수비수가 시선이 갔던 상황이고 침투를 인지한다면

다음 플레이에 있어서 충분히 경합이 가능하단거죠.

물론 오늘 경고받은 상황같은건 시청하면서도 예측불가의 상황이었지만요.


대체로 코시엘니의 특별함을 3가지로 정리해봤고요....

여기에 덧붙여서 이미 잘알려진 3가지의 특별한 장점이 있죠

1) 예측해서 커팅하는 능력

2) 웬만한 팀 홀딩보다 나은 패싱능력

3) 볼을 소유하려는 강한 열망


3)의 부분만 부연설명하자면 하이버리에서 그처럼 많은 분들이

비판했던 코시엘니의 두번의 실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부분입니다.

오늘 4-1 상황에서 막판에 골먹을뻔한거 나스리가 막은 장면.

그 전 장면으로 기억을 돌려보면 주루가 파비앙스키에게 백패스를

할 수 있는 장면임에도 급박하게 볼을 걷어내버리죠.

볼의 소유권을 이렇게 쉽게 잃으면 팀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위험지역에서 볼처리를 머뭇거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최고수준의 축구에서 수비진이 볼을 뻥뻥 걷어내는건 정말 아닌 플레이입니다.

크루이프의 지적대로 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순간에 골을 허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니까요.

코시엘니는 웬만한 센터백들보다 볼소유에 관한 열망이 강합니다.

쉽게 걷어내는 플레이보다는 어떻게든 우리팀 선수에게 연결시킬려고 하고

실제 게임중에 보면 코시엘니가 걷어내는 볼이 우리편에게 많이가고 있죠.

이런 플레이는 작아보이지만 그것이 누적되면 경기 양상에 큰 영향을 줍니다.


몇가지 요소들로 코시엘니에 관한걸 정리해봤는데....

코시엘니가 얼마나 뛰어난 수비수나면 카메라에 잡히는 빈도가

그것을 증명해줍니다.

지난 경기를 리플레이 해본다면 스킬라치는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죠.

코시엘니는 볼이 가는 방향마다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기의 흐름을 미리 읽고 그 맥을 먼저 선점하고 있다는 말로

풀이가능하죠.


누가 NO.1이냐 누가 NO.3냐 이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고요....적절한 스킬라치의 영입과 더불어서

아울러 투 홀딩 체제 - 디아비가 없는 지금 윌셔가 포백 앞에 위치하고 있죠.

윌셔가 전진하면 파브레가스나 로시츠키가 그 위치를 커버하구요 -가

아스날의 수비안정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굉장히 다행스럽네요.

거의 매경기 실점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비진은 점점 좋아질걸로 봅니다.

물론 코시엘니에 관해서 이런 점은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일천하기에 지난 블랙번전처럼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나오며 큰 실수 할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본인이 공언한대로 피지컬을 불린다면

최근 축구 트렌드에 딱 맞는 그러면서도 아스날에 꼭 필요한 타입의

센터백을 구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스날 센터백에겐 드로그바를 이겨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긴 하지만

드로그바는 현존 세계 최고 공격수 아니겠습니까?

코시엘니가 좋은 점이 힘과 기술과 사이즈를 모두 갖췄다는 점인데

드로그바야말로 힘과 기술과 사이즈와 거기에 더불어 경험과 자신감까지

모두 갖춘 선수죠.

앞으로 드로그바와의 일전은 코시엘니에게는 큰 시련이자 도전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드로그바 막지 못한다고 해서 좋은 센터백이 나쁜 센터백되는건 아니죠.

이미 아스날은 월드클래스로 올라설 센터백을 구했고.....

그 센터백이 드로그바를 이겨낼 수 있을때까지 성장하는걸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거 같습니다......


P.S) 빼놓은게 있는데 그리고 벵거가 이처럼 꼭 잡은데에는

코시엘니가 양발잡이라는 점입니다. 벵거는 이런거 상당히 중시하는데

양발잡이라면 어느쪽이든 볼처리가 무난할 수 있죠.

패스연결에서도 좋고요....

가끔 축구보면 주발쪽으로 볼이 안와서 실수하는 센터백 볼 수 있는데

코시엘니처럼 양발잡이라면 그건 상당한 플러스가 되죠.

덧붙여서 양발잡이 센터백이 한 명 있다면

벵거처럼 왼쪽 센터백은 왼발, 오른쪽 센터백은 오른발...

이런거 따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옵션이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 베르마엘렌을 3번째 레프트백으로 쓸 수도 있고요.

베르마엘렌 - 코시엘니, 코시엘니 - 스킬라치...

아주 급할땐 베르마엘렌 - 코시엘니 - 스킬라치

이 모든 조합을 가능하게 해주는 양발잡이의 힘 역시 큰 플러스 요소입니다.



highbury.co.kr - nomads 님